영업권은 왜 회계조작에 악용될 수 있는가

서론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오해와 논란이 따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영업권(Goodwill)이다.

겉으로는 ‘좋은 회사일수록 커지는 자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계조작의 출발점이자 기업가치를 과대 포장하는 도구로 자주 쓰인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영업권을 자산이 아니라 위험 신호로 해석했고, 일부 기업은 이 항목을 이용해 재무제표를 ‘예쁘게 꾸미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영업권이란 무엇이며, 왜 그것이 회계조작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영업권이란 무엇인가?

영업권(Goodwill)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발생하는 ‘프리미엄’의 정체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장부상 순자산이 1,000억 원일 때 B회사가 1,300억 원에 인수했다면 그 차액 300억 원이 '영업권'으로 A회사의 자산에 추가된다.

즉, 순자산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한 만큼 그 초과분을 영업권이라는 이름으로 장부에 반영한다.

 

이 가치는 보통 다음과 같은 요인을 포함한다고 간주한다.

 

  • 브랜드 가치
  • 고객 충성도
  • 기술력
  • 우수한 인력
  • 시장 지배력 등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가시적 가치이며, 현금화할 수 없고, 시장에서도 거래되지 않는 자산이다.


회계 기준상 영업권 처리 방식

영업권은 예전에는 일정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상각) 했지만, 현행 회계 기준(IFRS, K-IFRS, US GAAP 등)에서는 감가상각하지 않는다.

대신 매 회계연도마다 손상검사(impairment test)를 통해 가치가 줄었다고 판단되면 그때 손실을 인식한다.

 

핵심

손상검사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한다.

따라서 “아직 손상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면 자산가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구조는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손상처리 여부가 경영진의 의지와 시기에 따라 조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업권이 회계조작에 악용되는 구조

1. 실적 부진을 숨기기 위한 손상 인식 지연

회사가 인수한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어도 경영진이 “아직 손상 요인은 없다”고 주장하면 장부가치 그대로 유지되고, 손실도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적이 나빠졌지만, 이익은 손상차손 반영 전까지 멀쩡한 것처럼 보인다.

또한 주가 하락을 지연시키거나, 당기 이익을 조정할 수 있다.

2. 부채비율, ROA 등 재무비율 왜곡 

영업권은 자산으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총자산에는 포함되므로 ROA(총자산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가 낮아지고, 자산 규모는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

또한 영업권을 포함한 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기자본비율이 실제보다 높아 보일 수도 있다.

3. 인수합병 시 허위 기대감 반영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미래 시너지”, “시장에서의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반영하면 영업권이 터무니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부실 기업을 인수했는데도 장부에는 ‘가치 있는 무형자산’처럼 기록되어 재무제표가 미화된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시선 – 영업권은 자산이 아니라 위험 요소

벤저민 그레이엄은 영업권을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사용했다.

  • 영업권을 자산 가치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크게 할인
  • 인수합병 후 영업권 비중이 갑자기 커진 기업은 위험 경고
  • 영업권 손상이 반복되는 기업은 경영 판단 실패로 간주

그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현금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자산을 해석했고, 영업권처럼 비가시적이고 자의적인 항목은 보수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투자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은, 회계상의 숫자일 뿐이다." 

 


실전에서 영업권을 점검하는 방법

1. 자산총계 대비 영업권 비중 확인

  • 20% 이상: 과도하다고 판단 가능
  • 30% 이상: 자산 신뢰도 자체가 낮아질 수 있음

2. 최근 5년간 영업권 손상 반영 여부 확인

손실이 반복된다면 인수합병 전략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의 판단 미스)

3. 인수 시 지불한 프리미엄 근거 확인

  • 실제 인수금액 vs 피인수기업의 순자산 비교
  • 과도한 프리미엄이면 ‘무리한 인수’ 일 수 있음

4. 무형자산 과대계상 여부 체크

인수한 회사의 특허, 상표권, 기술력 등 현금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무형자산은 조심해야 한다.


정리

영업권은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영업권은 단순한 자산 항목이 아니다.
경영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회계 판단이 섞인 숫자이며, 그만큼 위험하고 해석이 까다로운 항목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재무제표를 볼 때 영업권을 자산에서 아예 제외하고 분석하거나, 그 가치를 0으로 놓고 안전마진을 계산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영업권이 많다고 좋은 회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 기업이 얼마나 ‘불확실한 미래’에 돈을 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

진짜 투자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 안에서 위험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시작은 영업권이라는 숫자를 의심하는 것에서부터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시리즈를 모아서 볼 수 있다.

2025.03.27 - [경제공부/재무제표 읽는 법] - 재무제표 읽는 법 시리즈 모음

 

재무제표 읽는 법 시리즈 모음

소개많은 사람들은 재무제표를 해석할 때 숫자에 집중해서 본다.하지만 그 숫자들에만 의존한다면,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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