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치와 자본을 제대로 계산하는 방법

서론

우리는 종종 재무제표에서 “자본 총계” 또는 “순자산”이라는 항목을 본다.
그리고 그 숫자가 크면 왠지 든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숫자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벤저민 그레이엄은 항상 경고했다.
“장부가치라는 숫자는 생각보다 더 많이 왜곡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자본 총계를 믿지 않고, 구성 항목 하나하나를 직접 들여다보며 해석했다.

 

이번 글에서는 장부가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무엇이 그 숫자를 왜곡시키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더 신뢰할 수 있는 ‘진짜 자산가치’를 구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장부가치란 무엇인가?

장부가치(Book Value)란 재무제표 기준으로
기업의 총 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값, 즉 순자산을 의미한다.

 

장부가치 = 총자산 - 총부채 = 자본총계

 

이는 재무상태표의 가장 아래에 있는 자본 항목이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서 남에게 갚을 필요 없는 순수한 자기 몫이다.

 

구성 예시)

  • 자본금
  • 자본잉여금
  • 이익잉여금
  • 기타포괄손익누계액
  • 자사주 차감 등

장부가치는 기본적으로 회계 기준에 따라 계산되며, 회사가 축적한 이익과 자산 증가분이 반영된 값이다.
하지만 이 숫자가 반드시 ‘시장가치’‘실질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장부가치가 왜곡되는 이유

장부가치는 여러 회계 기준과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에 실제 가치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왜곡 요인들이다.

1. 자산평가 기준의 차이

  • 대부분의 자산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장부에 반영됨
  • 시간이 지나면 시장가치와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음
  • 토지, 건물, 투자자산 등이 특히 그렇다

예: 10년 전에 5억에 산 토지가 지금 20억의 가치가 있어도
장부에는 여전히 5억으로 잡혀 있다.

2. 감가상각의 보수성 또는 공격성

  • 어떤 기업은 보수적으로 감가상각을 많이 잡아 장부가치가 낮아진다
  • 반대로, 감가상각을 덜 하면 자산 가치는 부풀려진다

3. 무형자산과 영업권

  •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긴 영업권이 자산으로 반영되면
    실질 가치보다 장부가치가 인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 무형자산도 시장에서는 무가치한데 장부에는 반영돼 있을 수 있음

4. 이익잉여금의 질

  • 이익잉여금이 커 보여도, 과거에 일회성 이익이 누적된 것일 수 있음
  • 잉여금이 많다고 ‘현금이 많은 것’은 아님

5. 자사주 매입 영향

  • 자사주는 자본에서 차감되므로, 장부가치를 감소시킨다
  • 하지만 이는 회계적 조정일 뿐, 실질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

벤저민 그레이엄이 본 ‘진짜 자산가치’

벤저민 그레이엄은 장부가치를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순유동자산 가치(NCAV)

NCAV = 유동자산 - 총부채

 

이는 유동자산만으로 모든 부채를 갚고도 남는 가치가 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그레이엄은 시장가치(시가총액)가 NCAV보다 낮은 기업극단적으로 저평가된 투자 기회라고 보았다.
이 기준은 그의 순순전략의 핵심이었다.

 

또한 그는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따로 구분해서 보았다.

  • 토지, 건물 등은 시장가치 기준으로 재평가
  • 무형자산과 영업권은 보수적으로 제거하거나 할인 적용

이런 식으로 장부가치를 실질 가치 기준으로 재조정해 투자 여부를 판단했다.


실전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장부가치를 활용한 대표적인 투자 지표가 PBR (Price to Book Ratio)이다.

 

PBR = 주가 / 주당장부가치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에서는 이 기업의 순자산보다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즉, ‘자산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이 된다.

하지만 이때에도 그 장부가치가 실질적인지, 왜 시장에서 낮게 평가하는지, 해당 자산이 실제로 현금화 가능한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그레이엄은 단순히 PBR 1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장부가치를 보정하고, 보수적으로 다시 계산한 후
“이 기업이 실제 청산되었을 때도 손해를 안 볼 가격인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투자했다.


회계 기준이 바뀌면 자본도 바뀐다

중요한 점은, 장부가치는 회계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숫자라는 것이다.

 

회계 기준이 바뀌면 자산 인식 기준이 달라지고, 손익 처리 방식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달라진다. 또한 환율, 금리, 시가 평가 등 외부 요인도 자본에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자본 총계는 고정된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움직이는 가변적인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숫자를 절대적으로 믿기보다, 구조와 흐름을 해석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정리

장부가치에 숫자 이상의 의미를 더하라

장부가치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요약하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건 위험하다.

장부가치는 회계상의 가정과 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자산의 질, 감가상각 방법, 무형자산 포함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항상 장부가치를 보수적으로 재계산하고, 현금화 가능성과 시장가치에 근거한 해석을 통해 투자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재무제표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본 총계 숫자에 만족하지 말고,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방식과 내용물의 진짜 가치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시리즈를 모아서 볼 수 있다.

2025.03.27 - [경제공부/재무제표 읽는 법] - 재무제표 읽는 법 시리즈 모음

 

재무제표 읽는 법 시리즈 모음

소개많은 사람들은 재무제표를 해석할 때 숫자에 집중해서 본다.하지만 그 숫자들에만 의존한다면,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duksight.tistory.com